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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5월 2014

[Review] 정치적 책임을 넘어 새로운 권력의 도래를 상상하라! / 정치하는 그리스도인, 김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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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자신이 태어난 날을 저주했다. 자신이 하나님을 경외함에도 찾아든 이해불가한 극심한 고통의 현실 때문이었다. 욥뿐만이 아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현실에 대한 한탄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앙인이었다. 시편의 시인들과 예언서의 예언자들은 분열적이다 싶을 정도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신음하고 괴로워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만큼 현실에 대한 아픔도 컸다. 그들의 언어는 현실을 고발하는 언어인 동시에 하나님에 대한 원망을 우회적으로 쏟아내는 언어였다. 이것은 단순히 이 세상에 부조리한 악이 이렇게 득세하는데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존재는 타당한가를 묻는 신정론의 문제가 아니다. 힘과 분배의 불균형에서 생기는 실제적인 인간의 갈등이자 고통이다. 신학적인 질문 이전에 인간 존재의 비참함과 인간 사회의 맨얼굴을 찾으려는 극히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이다.

우리의 현실을 알기 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당장 우리 주변을 보면 힘 있는 자들은 힘 없는 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가진 자는 갖지 못한 자를 착취한다. 인간성의 문제와는 별개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미 인간을 수단화하는 구조다. 인간을 살리고 인간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돈이 돈을 먹고 돈이 인간을 먹는 구조다. 노동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땀 흘리기를 쉬지 않지만 돌아오는 것은 주말 몇 시간 가족들과 잠시 함께 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의 여유뿐이다. 이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여전히 먹고 살기 위한 고민으로 힘겨워 인생 자체가 허덕이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벌이를 위해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로 주객이 전도된 삶에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본류를 거스르면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 투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의 악과 그런 악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와 권력 형태를 비판하고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는 여러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규이자 대안적인 몸부림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히 공생공존의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고민의 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시민 사회운동들은 일정한 지속가능한 대안적인 사회 모델을 고민하면서 여러 곳에서 대안적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약자들과 소외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워가기 위한 연대투쟁들도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날선 이론과 실천들이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대안적 담론이 될 만큼 사회는 변화하고 있고 그 치열함은 진중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적극적인 사회적 투쟁에 참여하는 진보 기독교인들의 실천력을 따라갈 용기가 없다면, 적어도 사회적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분별하는 데 얼마나 섬세하고 열정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이라도 해야 한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사회를 볼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새로운 이상사회(하나님나라)에 대한 갈망은 이 땅에서 어떻게 표출되어야 할까? '하나님의 심장'으로 현실에 대해 애통한다면 고통당하고 있는 민중의 삶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소위 '하나님의 말씀 또는 하나님의 관점(성경적 관점)'이라는 명분으로 비기독교인들의 치열한 삶의 투쟁들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언어와 실천의 흔적들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무시해왔던 것은 아닐까? 오히려 보편적 시민사회(민중의 현실)의 애통과 고민의 깊이에 비해 그리스도인들의 정서는 지나치게 고상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성경의 역사에서 면면히 흘러오는 시대적 애통과 예언자적 판단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땅의 아픔을 과연 품고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열망은 있기라도 한 것일까?

사실 이런 질문들과 고민에서 정치적 문제의식이 형성된다. 왜냐하면 정치는 본서에서 말하고 있듯이 '삶의 방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는 문화만큼 보편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화는 단순히 '삶의 방식'으로 정의되기보다 '어떤 특정한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치도 포괄적인 의미의 '삶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어떤 특정한 맥락과 배치 가운데서 발생하는' '일정한 삶의 방식'이다. 이것은 정치가 개인과 사회의 존재와 구성 방식에 대한 이념적 질문과 삶의 비전을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특수한 시대와 구체적인 현장에서 어떠한 사회 공동체를 세워나갈 것인가와 같은 매우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삶의 방법론이기도 하다. 정치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함께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다.

이렇게 보면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는 질문은 이미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정치하는가?"로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도 아니다. 이미 정치를 하고 있는 일정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권력과 관련하여 보면, 몇 가지 정리해야 할 주제들이 있다. 본서 『정치하는 그리스도인』은 이 점에서 볼 때, 중요한 주제를 개략적으로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신앙과 정치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기독교적 정치원리란 무엇인가?" "정교분리는 무엇이며 그 본질이 어떻게 변질되었는가?" 등과 같은 이론적인 질문에서부터 "목사와 교회의 정치 참여는 가능한가?" "선거는 왜 중요한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등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인이 일반적으로 궁금해 하는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정치하는 그리스도인 (2)

김형원 저 
 

본서는 정치라는 용어만 등장해도 불경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경계심을 내려놓게 하고, 지나치게 행동주의에 치우치는 사람에게는 정치적 가치(이념)를 성경에 비추어 한 번 더 성찰하도록 돕는다. 물론 이 책은 입문서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이론적 논의를 발전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입문자들을 위해 배려한 책인 것만큼 입문자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주제들만을 개략적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 대학생들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이미 정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질문하는 여러 질문들을 개인적으로 또는 공동체적으로 정리해보는 기회를 갖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도움으로 더 발전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정부 권력이나 국가의 존재가 이미 성경적이라고 가정하고 출발하는 점은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 책 자체의 큰 토론거리이기도 하다. 너무 당연시 되고 있는 국가의 존재나 정치에 대한 교회의 정치적 정체성은 다양한 견해와 관점이 존재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국가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더 세밀한 고민과 논의가 개혁주의 그룹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권력의 형태가 과연 성경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다면 과연 성경적인 권력 형태는 중앙집중식 정치 형태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단 말인가?"도 충분히 가능한 질문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중앙집중식 국가 권력 형태 내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며 그 이상의 다른 대안 가능성도 논하지 않고 있다. 입문서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전제가 아쉽다. 앞으로 저자가 다른 책에서 이런 민감한 질문들을 다루어 주리라 믿는다.

사실 현 시대에서 정치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맥락의 정치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시민적 정치 가능성에서부터 직접민주주의 정치 형태, 급진적 시민 권력 형태('유체도시'같이 중앙권력뿐만 아니라 지방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개별적인 정치 형태) 등이 실험 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권력에 대해 저항적인 다양한 실험들이 과연 "반성경적이고 비성경적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이에 대한 성경적이고 인문학적 연구가 진보든 보수든 아직 너무나도 미흡하다. 소위 보수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계몽할 지식과 정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권력(현대는 자본권력이 대표적)에 의한 횡포가 심각해지는 시점에서 과연 기독교는 권력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대안 정치체제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게 공부하고 배워야할 주제이다. 그야말로 현실 세계에서 복음을 안고 어떻게 치열하게 상상하고 실천할 것인지 그리스도인들의 '급진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이다.

 

 
글 김성민 
SFC출판부 편집장 

 

*본 글은 SFC 총동문회에서 발간한 <개혁신앙> 창간호(2013년 4월)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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