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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9월 2014

[Review] 실천지향적 학문과 교육을 위하여 / 샬롬을 위한 교육,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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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은 “정의”와 함께 세계적인 기독교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의 사상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중심 개념이자 비전입니다. 그는 이미 한국어로 번역되어 많이 읽히고 있는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에서 주장한 것처럼 모든 학문과 문화, 예술 활동은 반드시 “샬롬”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것은 특히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월터스토프는 1932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농촌 비겔로우(Bigelow)의 네덜란드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80세가 넘은 지금도 왕성한 연구와 출판을 하고 있는 뛰어난 학자요 교육자입니다. 그는 비록 교육학자는 아니었으나 모교인 미국 중부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시에 있는 칼빈대학(Calvin College)의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던 시절 그 학교를 진정한 의미의 기독교 교육 기관으로 만드는 일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 이유는 월터스토프가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에게 개혁주의적 기독교 세계관과 비전에 따라 학문을 활동을 하고 교육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밝히는 일을 계속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교수의 교수요 그 대학의 실질적인 정신적 지주요 교육이념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 했습니다. 여기에 실린 글들 중 상당수가 그런 맥락에서 쓰인 것입니다. 물론 이 글들에서 제시하는 교육비전의 영향력과 그 범위는 칼빈대학을 훨씬 넘어섭니다. 그는 북미대륙의 개혁주의 서클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기독교 철학계와 교육계에 멘토 역할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문, 예술, 정치 등 사회와 문화 속에서 기독교인의 역할이 무엇이며 우리 시대에 그 소명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글과 강연을 통해 하나님 나라 확장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월터스토프의 영향력이 넓은 것은 그의 사상적 기반이 분석철학이지만, 그가 미학과 해석학, 사회철학 등에 깊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백갈등 상황을 직간접으로 경험하면서 사회정의 실천에 대한 방안을 찾는 연구에 몰두해왔습니다.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에서 행한 카이퍼 강연(1981)의 내용을 출판한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1983)와 비교적 근래에 출판된 『정의론』(2008)과 『사랑 안에서의 정의』(2011)는 바로 그런 씨름의 결과입니다. 이 책들은 잘 알려진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훨씬 능가하는 학문적 수준과 내용을 보여줍니다.

 책광고이미지-샬롬을위한『샬롬을 위한 교육』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잘 알려진 대로 월터스토프의 경력과 업적은 대단합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불과 3년 뒤 하버드에서 24살의 나이로 철학박사가 되어 모교인 칼빈대학에서 30년간 봉직하면서 또 다른 철학의 거장인 앨빈 플랜팅가(Alvin Plantinga)와 함께 “기독교 인식론”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는 또한 프린스톤, 하버드, 미시건, 시카고, 노틀담 대학의 초빙교수와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의 카이퍼 석좌교수, 예일대학교에서 노아 포터 석좌교수를 역임했고 미국 철학회 회장(1991)과 미국 기독교 철학회 회장(1992-1995)을 지냈습니다. 또한 옥스포드 대학의 와일드 강연(Wilde Lecture, 1994)과 종교철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기포드 강연(Gifford Lecture, 1995)에 연달아 초빙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월터스토프는 주로 철학의 본류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지만 그의 관심사는 항상 사회정의의 구현 방안에 대한 모색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대로 월터스토프는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하여 “실천지향적” 학문과 교육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 애써왔습니다. 그에게 “샬롬”은 바로 그러한 실천적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샬롬”이 하나님 나라의 구체적인 본질이며, 하나님의 통치가 삶의 모든 활동에서 나타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원칙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방향은 교육학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월터스토프는 교육은 물론이고 교육의 토대인 학문 전반이 샬롬에 기여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샬롬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신입니다.

 

여기에 수록된 글들은 월터스토프가 이성주의와 교양교육의 전통을 넘어서 진보주의까지 다양한 교육의 모델들을 넓고도 깊게 살피는 사상적 탐색을 수행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근대적인 자유주의를 지나 포스트모던적 다원주의라는 주류의 문화 속에서 기독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특히 세계화와 자본주의, 그리고 개인주의와 다원주의가 제기하는 사회-정치-경제적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독교 교육론을 제안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 공동체 속에서 정의와 샬롬을 위해 “치유와 정의의 대리인”이 되는 사회적 실천을 구현할 교육비전을 제시하려 합니다.

 

물론 월터스토프의 교육비전 이면에는 확고한 개혁주의적 기독교 신앙과 세계관이 깔려 있습니다. 그는 교육은 물론이고 학문도 신앙과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포스트모던적 상대주의 문화를 기회로 삼아 이데올로기적으로 기독교 교육을 부추기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 교육 이념을 철저히 비판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교양교육이나 주지주의적 교육이 내세운 정적이며 개인주의적 교육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합니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이른바 “순수”하고 중립적인 학문이 불가능한 것처럼 특히 교육은 실천지향적 관점에서 행동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점에서 신앙과 학문을 분리하려는 이원론적인 기독교 교육도 배격합니다. 하지만 교육에서 기독교적 정체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샬롬이라는 실천의 목표임을 강조합니다. 물론 그것은 무조건적이며 미리 정해놓고 교조적으로 추구하는 신앙지상주의를 말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리고 과정에 있어서 전문성과 공평함을 무시하지 않는 신실함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월터스토프의 깊은 사상적 통찰과 경험을 잘 보여줄 것입니다.

 

끝으로 신영순, 이민경, 이현민 세 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월터스토프의 글을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이 책이 번역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많은 기독교사들과 교육학자들 사이에 기대가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이 책을 통해 월터스토프의 교육 사상이 한국에 소개되어 기독교 교육 증진과 하나님 나라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신국원 교수(총신대 신학과, 월터스토프의 저서 『행동하는 예술』의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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